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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나이아가라_01 20170410_시카고->나이아가라 AMTRAK
여행 | 2017. 4. 18. 09:23

9일 저녁 20:00, 시카고 유니언 역에 일찍 도착했다. 한국으로 치면 그렇게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근처 푸드코트나 식당은 이미 다 닫은 상태. 물 한 병 살 곳조차 주변에 없었다 -_- 역 앞 흐르는 강물 앞에서 멍때리고 있다가 너무 외로워서 인스타 라이브도 하고 그랬던 듯. 더 슬펐던건 시카고에선 일요일 저녁이었지만 서울은 월요일 오전이어서 다들 출근해 있었고... 아무도 내게 관심따위 주지 않았고... 하하 


Chicago Union Station


암트랙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한 티켓. 기차 티켓이지만 마찬가지로 일찍 예약하는 게 좋다, 언제 예약하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확 달라진다. 

사람들이 미국 동부 여행을 할 때 시카고는 거의 2~3일 코스로 충분하다고들 한다. 난 덕질+컵스 직관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음에도 8일이 확실히 길게 느껴지긴 했기에 현지에선 이 기차 티켓팅 정말 잘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국하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아 이걸 지를까 말까 그냥 속편하게 미국 국내선 탈까 많이 고민했었다. 


미국 국내선으로 오헤어-버팔로 왕복을 하게 되면 당연하게도 훨씬 시간 절약이 되고, 몸이 편하다. 버팔로 공항에선 나이아가라까지 바로 가는 버스도 있다. 

그러나 단점도 생각보다 많다. 일단 국내선 왕복임에도 거의 25~35 정도로 운임이 비싸고, 막장 유나이티드-_-;를 제하면 선택지도 별로 없다. 항공 스케줄도 그리 많지 않아서 오전 9시나 11시 비행기, 버팔로에서 돌아올 때 가장 늦은 시각이 오후 5시 반, 6시 반 이랬다. 비행 시간은 거의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생각했을 때, 현지에서 당일치기 관광을 할 시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럼 미국 나이아가라 공원이나 캐나다 온타리오 주 근처에서 1박을 해야하는데, 하루 더 머무는 숙박비와 밥값까지 치면 거의 40 가까이 쓰는 셈이다. 


반면 시카고에서 암트랙 기차를 타게 되면, 21:30 시카고 -> 8:46 버팔로 데퓨 노선으로 약 11시간이나 되는 기차 여행이지만 밤 시간이기 때문에 자면서 가면 된다. 여행 중 아까운 낮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이동하는 것이다. 시카고로 돌아갈 때에도 23:59 버팔로 데퓨 -> 9:45 시카고 로 자면서 가면 다음날 오전에 도착하고, 왕복 티켓 가격은 110불 가량이며, 이틀 숙박비 킵.(물론 어딘가에서 씻기는 해야겠지;;) 돈도 돈이지만, 비행기 탑승 수속이라는 과정이 없고 충분히 긴 시간 동안 당일치기가 가능하기에 기차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론 잘 한 선택이었다. 


유니언 역에 들어가 미리 출력한 이메일 바우처 QR코드를 기계에 대면 티켓이 나온다. 시카고는 비행기 뿐만 아니라 기차도 미국 전역의 허브라 카더라. 고로 내가 탈 열차도 시카고발이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플랫폼으로 바로 들어가 대기 중인 기차를 타면 된다. 


기차 내부. 

키가 2미터는 될 법한 승무원이 계속 돌아다니며 기차 내 상황을 확인한다. 걱정과는 달리 꽤 안전했다. 좌석은 비지정석인데, 워낙 널널해서 모르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을 일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각자 앉아서 짐을 풀면, 승무원이 와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본 다음에 종이에 목적지를 적어서 표시해준다. 그 다음에 자리를 옮기지 말라고 당부하고. 워낙 장거리 노선이고 이동 시간도 기니까... 주요 역 도착 15분 전에는 큰 소리로 방송을 해서 사람들을 깨워 주기도 한다. 뭔가 허술한 것 같으면서도 잘 되어 있는 시스템. 



콘센트가 있어 폰 충전도 가능하다. 완전 꿀 


KTX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넓은 좌석. 양형들의 덩치를 충분히 고려해 만들었다. 50불 치고는 진짜 너무나 괜찮다. 심지어 화장실에선 탐폰도 무료제공이었다! 창원에서 서울까지 그 좁은 기차 타고서 딱 3시간 이동하는데도 53,000원이 넘는데. 

참고로 이 기차에는 침실 칸도 따로 있다. 아예 2층짜리 침대와 개별 세면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가격이 편도 400불 가까이 되더라능 ... 



자다 깨다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새벽이었다 



큰 지도로 보면 고작 미시건 호수 끼고 그리 멀지 않은 옆동네 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10시간 16분짜리 기차 -_-;;;;;; 

심지어 시간대도 센트럴에서 이스턴으로 바뀐다. 일리노이는 뉴욕 주보다 1시간 늦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Buffalo (Depew), NY


처음 역을 빠져나와선 이 길에 서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구글맵 말로는 버스를 3번 갈아타고 -_- 가라는데 난 여차하면 적당히 우버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째로 나이아가라 근처 버스 요금이 얼만지 모르고, 둘째로 구글맵에서 말하는 자리에 해당 버스 정류장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셋째로 내 선불 유심칩은 이미 이전 사용자가 해당 번호로 우버를 가입해 둔 상태였고, 중복 번호라며 우버 가입이 되지 않아 택시 사용이 불가능했다. 리프트는 아예 이 근방에서 서비스 불가라고 하고. 

네이버에서 본 대로 데퓨 역에서 나처럼 나이아가라로 가는 사람이 있으면 말을 걸어 택시 동행을 해야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역 주변에 대기 중인 택시도 없었고 나처럼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나이아가라 폴스 여행객들은 뉴욕에서 메가버스? 라는 걸 타고 가거나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구글 맵에서 버스 정류장이 있다고 표시된 지역에 아무 것도 없이 황량하고, 이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는 사람조차 없을 때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른다. 만약 여기가 시카고에서 가까운 거리였다면 난 그대로 다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_-;;;;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이 때 당시에는 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여기서 방황하다가 완전히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뭔 사고라도 나서 시카고로 다시 못 돌아가게 되면 진짜 큰일인데? 그냥 역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그대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내가 여기까지 온 시간이 어딘데, 포기할 순 없었다. 일단 맵에서 보여주는 버스 루트대로 무작정 걷기로 했다. 


여기는 공장 지대인 것 같았다. 생각보다 차는 많이 다닌다. 신호등을 기둥에 고정한 게 아니라 그냥 전선에 걸어놓은 간지 -_-;;;;; 바람 좀 불면 덜렁거리기까지 한다. 여기서 5분 가량 멍청하게 서 있다가, 신호등에 붙어 있는 버튼을 눌러야만 보행자 신호가 작동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워낙 행인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인듯 


걷다 보니 월마트도 있고.. 펩시 공장도 있고. 탄산을 몹시 사랑하던 전 직장 동료 생각이 났다 




약 40분 정도 걸어서 드디어 버스 정류장을 발견했다. 위치는 던킨 도넛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 거기서도 버스를 거의 40분 가까이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시내버스 요금이 대체 얼마일까. 초록창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도 않고. 그래도 앞선 시카고 5박의 짬바로 안 되는 영어로 물어보는 깡은 생겼지 않은가. 일단 버스가 오길래, 탔다. 

나이아가라 폴스 지역이 뉴욕 주이긴 하지만, 뉴욕과 대중교통 업체는 다른 것 같았다. 이 지방에서는 NFTA(Niagara Frontier Transportation Authority) Metro라는 회사가 모든 교통수단을 주관하며,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메트로 버스, 레일은 물론이며 공항까지 관련이 있는 듯. 

아무튼 버스 1회 요금은 2불이고 그 날 내내 버스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데이패스는 5불인데, 동전을 내는 것은 상관없지만 지폐를 내면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난 10불짜리 지폐와 1불짜리 동전 3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 어쩔 수 없다며 동전으로 2불만 냈다. 그러자 버스 내 몇 없던 흑인 승객들이 서로 자기가 잔돈을 바꿔주겠다며 모두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해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는데, 버스가 신호 정차 중일 때 기사분이 직접 자기 지갑을 꺼내서 돈을 바꿔 줬다. 너무 감사하다며 그럼 다시 5불을 내면 되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3불만 기계에 넣으라고 했다. 1불 짜리 지폐 3개를 넣고 받은 데이패스가 위 사진과 같다. 



이 버스 사건으로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흑인은 무서울 거라는 편견, 아시안 여자를 속으로 얼마나 원숭이 취급하고 만만하게 볼까 라는 바보 같은 편견이 싹 깨진 거다. 만약 우리 나라에서 필리피노나 조선족 누군가가 버스에서 느린 동작으로 동전을 세고, 어눌한 말투로 이것 저것 물어볼 때, 우리나라 승객들이 과연 그 외국인을 이렇게 도와줄까? 버스 기사도 분명 엄청 귀찮아하고, 어쩌면 데이패스 같은 건 애초에 아예 설명을 안 해 줄 수도 있다. 그게 우리 수준이다. 정말 이렇게 작은 일화 하나가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바꾼다. 버스에서 내릴 때 큰 소리로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내렸다. 

나이아가라 스트릿이라는 글자를 보고 잠시 설렜지만 아직 멀었다. 버스로 40분은 더 가야 한다 -_-;;;; 


여기도 마찬가지로 구글 맵에 표시된 곳과는 다른 곳에 정류장이 있었다. 버스가 빨리 오길 바라며 이 길목을 거의 20분 동안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32번 탑승. 

창 밖으로 보이는 나이아가라 물줄기 


드디어 내렸다.ㅠㅠ 기차에서 내린 건 8시 40분이었는데, 여기 도착하니 이미 12시가 넘어 있었다. 


Best view of the falls, Made in America

나이아가라 폴스 미국 공원 주변은 사실 진짜 볼거리도 거의 없고, 밥집도 전무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요 앞에서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조차 할 수 없었다^^ 


공원 안내도 


성조기와 캐나다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이 길을 지나면 


보이는 방문자 센터, 브로슈어가 제공되고 지하 층엔 영상 상영 같은 것도 하는 것 같았는데... 어쨌든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폭포 뷰가 보인다 


근처에만 서 있어도 물안개가 느껴진다 


멋진 날씨. 이 날 꽤 탔다 -_- 


미국 쪽 뷰는 정말 딱 이 정도다. 장점은 옆면이긴 하지만 떨어지는 모습 자체는 캐나다에 비해서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맞은 편 빨간 보트는 캐나다 쪽 선착장이고, 


파란 건 미국. 


네이밍 간지. 메이드 오브 더 미스트(Maid of the Mist), 안개 속의 숙녀호. 

보트 티켓은 약 18불 정도이다.


무료제공되는 우비 치고는 꽤 고퀄리티였다. 억세고 단단하며 목을 조를-_-;;;;;;; 수 있는 끈도 있다. 난 뭐 이렇게까지 무장을 해야 하나 하면서도 일단 주니까 주섬주섬 입긴 했는데, 








겁나!!!!!!!! 추워!!!!!!!!! 


너무!!!!!!! 추워!!!!!!!!!!!!!!!1

결국 1층으로 피신했다 


진짜 뷰는 너무너무 멋졌지만 그보다 춥다는 생각이 더 컸다. 정말 바람막이라도 가져올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강바람이 너무 거세서 디카 꺼냈다간 바람에 날아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너무 많이 맞아서 덜덜덜 떨었는데, 여기서 감기 걸렸다간 진짜 끝장이라는 생각에 앉아서 몸을 좀 사리기로 했다 -__ 


그렇게 좀 쉬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은 남겨야 되는데... 싶어서 옆의 할머니께 사진을 부탁드렸더니 

하하하하하하하 



어쨌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어지는 길에 있는 기프트샵에서 마그넷 또 사고 나니까 오늘 여행의 미션을 반쯤 완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이 쫙 풀리면서 깨달은 게, 전날 저녁에 시카고에서 피자 먹고, 기차역에서 물 한 병 사먹은 이후로 오후 한 시가 되도록 쫄쫄 굶었다는 사실... 

푸드코트에서 무려 9불 주고 사먹은 샌드위치. 사실 비주얼에 비해선 꽤 맛있었다 


미국 쪽 공원엔 뭔 동굴도 있다는데 됐고, 난 캐나다로 가서 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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