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5시 반, Addison Street
이 날은 10일 컵스 홈 개막전 승리 후 두 번째 다저스와의 매치가 있는 날이자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증정식과 우수 팬 사진촬영 이벤트가 있는 날이었다. 선발은 존 래키. 근데 다저스 선발이 맥카시...

GO CUBS GO

리글리 필드는 레드라인 Addison 역 코앞이다.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6시 반쯤 되면 이 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일 스텁헙 기준 3루 어퍼덱 시세는 대략 50불 정도였다. 난 조급함을 버리지 못해서 이 티켓을 두 달 전 160불 주고 사는 만행을 저질렀다 -_- 심지어 바로 다음 날인 13일 내야 티켓은 8불 가량에 다저스 선발이 류현진...
어쨌든 티켓 제시 후 리글리 필드 입장.

우리 나라처럼 내야 1,3루와 중앙석, 외야 출입구가 따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일단 입장한 다음 알아서 구장 내에서 찾아가는 형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1층은 그야말로 지옥...


구장 내에는 굿즈와 음식 파는 곳이 많았다.


경기장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핫도그 사려고 줄 서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뭐랄까... 퇴근 시간대 사당역 느낌이랄까...........


경기 시작하려면...... 아직 1시간 남았는데...... 저 새파란거 다 뭐냐.

심지어 경기장 밖 루프탑에서 관람하는 사람들도 많음 ㅋㅋㅋ
구장은 낡았는데 기둥마다 모니터는 달아주는 아이러니함 하며.

파란 옷 안 입은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
심지어 나조차도 티셔츠 사입고 왔으니...

내 좌석은 515구역 6층 101번으로, 리글리 필드 내야에선 가장 꼭대기 층이다
그럼에도 어퍼덱 뷰가 생각보다 괜찮다.

13루 구분할 것도 없다. 그냥 구장 전체가 새파랗다

바로 옆에 보이는 중계석.

경기장 뒤로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이 있는데, 커다란 화면이 있어서 사실 저기서 관람하기에도 괜찮다.

거의 20분 동안이나 줄을 서서 사온 것들. 맥주, 프레즐, 밑에 깔려서 안 보이는 핫도그.

졸라 맛없다 -_- 비속어를 쓰지 않고선 맛없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을 지경으로 끔찍한 밀가루 덩어리.

맛있다^^ 근데 이거 한 잔에 10불^^^^^^^^



워낙 좌석이 좁고 불편한 데다가 1층 말곤 2,3층에선 먹을걸 거의 안 판다. 그러다 보니 저렇게 돌아다니면서 맥주와 핫도그를 파는 상인들이 꽤 많다! 심지어 저 분께 맥주 사는걸 봤는데 다들 팁까지 얹어 주더라는.

고작 한 경기 직관한 거지만 내가 느낀 크보 야구와의 차이점.
1. 소음이 없다.
앰프 틀고 타자 나올 때마다 개인 응원가 부르고 팬들끼리 소리지르면서 투수 위협하고 이런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그러다간 진짜로 퇴장당할 분위기. 이 사람들은 진짜로 경기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다. 2회, 3회, 5회 끝나고 키스 이벤트나 영상 따라 춤추고 당첨 이벤트 이런거 하는건 똑같았지만. 이날 경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는 단 두 곡이었다. 미국 애국가, 7회 말 시작 전 Take me out to the ballgame.
2. 투고타저
이 날 비록 컵스가 졌지만 절대 불펜이 못해서 그런건 아니다. 0:2로 졌는데, 1점은 1회초 솔로 홈런으로 나온 거고 나머지 1점은 고의사구 만루 상황에서 유격수 실책+포수 실책 병맛 콤비로 나온 것. 양팀 선발 다 6회까지 던지고 내려갔는데, 구속... 예술이었다 정말.
3. 신박한 경기 운영
3회였나 4회였나. 아무튼 무사 상황에서 첫 타자가 초구에 번트를 대고 1루 진출. 근데 두 번째 나온 타자도 번트 ㅋㅋㅋㅋㅋㅋㅋ 아웃되고 첫 타자 2루까지 진출. 그러다 1사 12루 상황에서 643 병살로 이닝 종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경기 운영 전략이 되게 신박하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연속 번트라니 ㅋㅋㅋ




이날도_컵스는_졌다.jpg
그래도 9회말까지 꿋꿋히 경기장 지키는 사람들이 대다수.



사진.. 개망...
귀국일자 좀 더 늦출걸 되게 후회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