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틀 차.
시차적응 대실패 -_-;;;;;;;;; 새벽 다섯 시에 깨고 말았다. 더 자겠다고 누워서 뒤척이다가, 포기하고 일찍 씻은 후 7시 반쯤 집을 나섰다. K양과는 9시에 만나기로 했으므로, 나는 아침 식사를 위해 시내로 이동했다. 그리고 내가 간 곳은 바로...


믁다날 -_-;;;
우리나라 맥도날드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로나 여기도 10시까지는 맥모닝 타임. 어쩔 수 없이 베이컨에그 세트로 주문했다. 이들은 세트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단품은 싱글, 세트메뉴는 밀 이라는 말을 쓴다. 계산하고 나면 한 쪽에서 음식을 찾아갈 수 있고, 소다는 셀프. 족히 1리터는 담을 수 있을 법한 큰 컵을 준다.

어제와 똑같다. 한국 가격의 1.5배, 양도 1.5배(계란 크기를 봐라), 소금 잔뜩.
그리고 이들에겐 분리수거라는 개념이 없다. 먹다 남은 콜라도 그냥 하나의 쓰레기통에 같이 처박는다. 음료를 배수구가 아닌 쓰레기통에 이렇게 무식하게 그냥 버려도 되는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억지로 마시기도 뭐해서 그냥 버렸다.
맥도날드 의자는 일부러 오래 죽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불편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이 딱 맞았다. 커피나 콜라 한 잔 시켜놓고 앉아서 떠들거나 조는 손님들이 내 주변에 여럿 앉아있었는데, 점원이 수시로 돌면서 여기는 자는 곳이 아니라며 대놓고 사람을 내쫓기도 하고, 내가 식사를 끝낸 후 콜라를 먹고 있자 직원이 얼른 다가와 아유 던?? 하더니 빈 봉투를 모조리 치워버렸다. 다 먹었으면 얼른 가라는 거다.
화장실도 그냥 오픈되어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전자식 잠금이 되어 있는데, 직원에게 화장실을 쓰겠다고 이야기하면 가서 문을 밀라고 한다. 키나 패스워드 방식도 아니고, 캐셔가 버튼을 눌러야만 문이 열리는 거다. 신기하면서도 참 야박하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끝낸 후 나와 걸었다. 이 날 내 계획표에는
9:00 윌리스타워 스카이덱 - 10:00 와일드베리 브런치 - 11:00 시카고 미술관 - 15:00 쉐드 아쿠아리움 - 18:00 지오다노 딥디쉬 피자 - 20:00 존행콕 360시카고
라는 아름다운 플랜이 있었다. 딱 이 날까지만 날이 흐리고 다음 날부턴 맑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실내 쪽으로 다니면서도 동선을 고려한 치밀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예상보다 너무 흐려서 전망대 경치가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미술관을 먼저 간 다음에 스카이덱 전망대를 가기로 했다.



미술관 바로 맞은 편에 쉑쉑이 있다.

미친 날씨.......


우린 미술관 앞에서 만난 후에야 깨달았다. 미술관 오픈 시각이 10시 반이라는 것을 -_-; 걸어서 5분 거리에 와일드베리가 있다. 갔더니 이미 웨이팅이 엄청나게 길어져 있었다. 4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에그 스크램블? 뭐더라? 아무튼 팬케익 추가하고, 음료 두 잔 시키고 팁 포함 25불 줬다. 맛은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이제와서 적지만, 우리나라 블로그에서 극찬하는 유명 맛집들보다 현지에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집들이 훨씬 가격도 착하고 음식도 더 맛있었다. 시카고 정도면 충분히 식당으로 모험해도 괜찮다. 왜냐? 맛 없으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식사 후 미술관 입장. 서로 편하게 관람하고, 세 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다. 미술관 1층 왼쪽에 보면 짐 보관하는 곳이 있는데, 외투나 가방 하나 당 1불의 수수료를 받는다. 오디오 도슨트는 무료 대여가 가능한데,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중국어 버전은 있다고 하던데 그냥 영어로 대여. 이어폰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전기 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해당하는 작품 번호를 입력하고 귀에 대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형식.
지하 1층~지상 3층 구조로 되어있으며, 미국 3대 미술관답게 규모는 어마무시하다. 더 자세한 글과 작품 사진들은 ... 글을 새로 하나 파야겠지?










관람 자체가 황홀했던 3시간이었다. 심지어 기념품 샵 규모도 꽤 크다. 개가 똥을 끊지... 이 날도 욕정을 못 버리고 마그넷 따위에 30불 지출 -_-;;;;


이 날 사진 많이 찍을 욕심으로 억지로 굽이 높은 부츠를 신고 왔는데, 이미 이 때부터 발이 아팠다. 그리고 잘못된 신발 선택의 결과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기 않았기 때문에 점심은 생략하고 바로 쉐드 아쿠아리움으로 가기로 했다. 미술관 근처에서 L트레인을 타고 가다가 Roosevelt 역에 내려서 15분 가량 걸으면 된다. 혹은 146번 버스를 타도 되는데, K양의 착각으로 우린 이 때까지도 CTA패스가 오직 지하철 사용만 가능한 줄 알았거든. 어쨌든 구글 맵을 보면서 걸었다. 계속 걷다 보니 좀 이상했다. 생각보다 너무 멀고, 길이 황량한데? 부츠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팠다. 가다가 보이는 월그린이라는 CVS에서 11불짜리 싸구려 슬립온을 사서 갈아 신고 계속 걸었다.
약 40분을 걸은 뒤에야 깨달았다. 우린 완전 정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는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지쳐버린 우리는, 일리노이 대학교 근처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저히 더 이상은 못 걷겠으니 돈 달라는 대로 주자 마음먹고 버스를 탔다. 다행히 그 때서야 벤트라 카드가 버스에도 적용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버스로 약 20분 만에 다시 시내로 이동. 우린 아쿠아리움 따위 포기하고 윌리스 타워로 가기로 했다.
윌리스 타워가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아마 가장 높은 건물일 거다. N서울 타워처럼 지하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덱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시티패스가 있으면 긴 대기줄 대신 패스트 입장이 가능하다. 관광지 필수코스답게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었다.





실제로 서 있으면 조금 아찔한 포토존.
신발 어쩔...

스카이덱이 추천하는 시카고 버킷 리스트. 몇 개나 이뤘어?


미국의 다른 도시도 이런지 모르겠는데, 시카고는 유독 기프트샵 아이템들이 예쁘면서도 유니크하다. 정말 다니는 곳마다 뭘 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기가 힘들 정도. 메이저 관광지가 아님에도 이런데 뉴욕은 과연 어떨까?

내려올 때도 엘리베이터를 이용.
끝인줄 알았지? 지하에도 나가는 길에 기프트샵을 또 지나쳐야 한다.

컵스 초콜릿 -_-;;;;;;


티셔츠와 그 외 각종 굿즈들.
저 맥주 후드는 정말로 주머니 부분에 면이 덧대어져 있다. 캥거루처럼 맥주를 꽂고 다니면서 진정한 이 도시의 너드가 되고 싶다면 필수템.


피자 모양 접시.

피자 모양 쟁반.

피자 모양 양말 -_-;;;;;;;;;; 아님 혹시 니삭스...?

진짜 출구.
출국 사흘 만에 처음으로 한글을 발견했다. 찰칵

안녕 스카이덱.
이제 저녁 식사를 하러 가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