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쿠오카_03

국희 2017. 3. 30. 17:06

둘쨋날 일정을 가장 복잡하게 짰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일 생각으로 아침 일찍 나섰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70년 전통 초콜릿 샵이 있길래 홀린듯 들어가서 딱 다섯 조각 골라 포장했는데, 천 엔 넘게 나온 건 비밀 



버스로 약 20분 이동해서 오호리공원 도착 




무시무시하게 컸던 물고기들. 연식이 대체... 




공원 한 바퀴를 지나 계속 걸었다 



날씨 좋고-



후쿠오카 성터에 벚꽃 축제를 한다더니 노점상이 여럿 있었다. 오코노미야키와 이름 모를 맥주를 샀는데 마셔보니 하이볼이었다. 저 구성이 1,100엔. 비싸...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성터를 지나 좀 걷다 보니 금방 텐진이었다



지하상가를 지나 더 걷다 보니 솔라리아



대략 30분을 웨이팅 후 텐진호르몬 입장 



엄마는 분명히 하이볼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 잔은 콜라를 주문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한 입 맛보더니 안 먹겠다고. 그럼 콜라를 양보(?)하겠다고 드리고, 술은 내 차지. 



이 맛이 그리워서 다시 왔지. 




슈프림, 아페쎄, 앨리스, 각종 빈티지 샵 등 텐진 시내를 쇼핑하다가 자연스레 들른 키르훼봉. 

아니 근데 타르트 사진은 어디 갔지?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초콜릿, 피플 트리 시리즈 밀크. 대충 설명을 읽어 보니 공정무역 초콜릿 같았다. 이것 말고도 맛 종류가 엄청 많았는데, 젖소 그림이 귀여워서 산 것 치고는 가격이 무시무시했다. 380엔 



돈키호테를 지나 캐널시티 도착. 뭔가 동선이 계획했던 대로 잘 되지도 않아 헤매고, 짐도 무겁고 좀 짜증스러웠던 상태에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분수 쇼를 보고서 기분이 좋아졌다. 

분명 계획대로만 여행을 다니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고, 덜 위험한 것은 맞다. 그러나 여행은 즐거우려고 가는 것 아닌가. 공부라던지 회사 일 같은 것은 분명 계획대로 성실히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여행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파산하기 직전까지 쇼핑을 하고, 관광지 모조리 다 섭렵하고 말꺼야! 마인드로 종일 걸어다녀도 돌아오면 아쉬운 것은 똑같다. 그런 계획에 차질이 좀 생기더라도, 여행지에서 짜증스런 마음 가져봐야 전혀 도움이 안 될 뿐이다. 

이 날 길을 헤맸고, 계획이 틀어진 덕분에(?) 예상 못 했던 멋진 쇼를 볼 수 있게 된 것 아니겠는가. 유연한 마인드! 마음의 여유! 다음 주엔 그렇게 다녀야지. 



추웠지만 멋진 야경과 포장마차 거리. 




이 날 무려 25,000걸음 넘게 걸었다. 계획은 틀어졌고, 집을 찾기 위해 30분 넘게 무거운 짐을 들고 골목을 헤맸다. 나는 모든 것을 놓은 마음으로 동네 아무 고깃집이나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고기를 먹었다! 입에서 녹아 없어져버린 환상의 맛. 비빔밥과 냉국수까지 시켜먹고 6천엔 넘게 지불한 건 안자랑. 다음에 후쿠오카 또 가게 되면, 이 집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