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_10 20170411
다시 시카고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화요일을 맞이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0시쯤 기차역에 도착하면, 고생한 날 위해 시내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 먹으려고 했었다. 그 다음 숙소에 돌아가 씻고 짐 정리하고 좀 쉬거나 낮잠을 자고, 오후 세 시쯤 다시 나와 시카고 현대 미술관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과자 꾸러미는 암트랙 열차 연착에 대한 사과의 의미였다. 자다가 왠 떡? 하고 과자를 먹은 뒤 다시 잔 나는 잠시 후 기차 안이 너무 밝은데? 하며 깼고,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_- 기차는 무려 4시간이나 연착이 돼서 총 14시간을 달렸고, 난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시카고 유니언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 전혀 예상 못했던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피곤했다. 기차에서 내리면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겠다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빨리 주린 배를 대충 채우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역 내에 맥도날드가 있었다 -_- 거기서 빅맥 세트를 사 먹고, 집에 가서 샤워를 했다.
보송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기분은 좀 편했다. 오늘은 이대로 그냥 푹 쉴까 싶기도 했다. 미술관에 가서 차분하게 뭔가를 관람할 컨디션도 아니고. 그러나 여행까지 와서 낮잠을 자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아무 것도 안 하더라도 일단 나가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다시 나왔다.
나와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면서 어딜 갈까 고민해봤다. 다음 날인 12일 저녁은 야구장에서 보낼 거기 때문에, 오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좀 사면 딱 되겠다 싶었다. 메이시스 백화점에 가서 1층에 있는 Frango 초콜릿을 40불 가량 샀다. 시내 월그린에선 m&m 민트초코 맛이랑 젤리도 호기심에 이끌려 사보고. 또 어딜 갈까 하고 걷다가, 한 무리의 미국 아줌마들이 Marshalls 라는 매장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시카고 시내에서 BOSE나 JBL 단독 매장은 못 본 것 같은데, 왜 유독 마샬 매장은 많지? 싶어 구경해보기로 하고 내려갔는데...
내가 생각하던 그 마샬이 아니었다 -_-;;;;;;;;; 옷을 그야말로 쌓아놓고 파는 아울렛이었던 것이다.
폴로, 랄프로렌 PK원피스는 29.99불
왼쪽 폴로 PK카라티 19.99불. 오른쪽 타미 티셔츠 12.99불.
진짜 미국 고유 브랜드 옷들은 엄청나게 저렴했다.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사려면 거의 이 다섯 배는 줘야 하는데...
가방도 나인웨스트, 코치, 케이트스페이드,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등등 수백점을 전시해두고 염가에 팔고 있었다. 위에 보이는 가방이 149.99불. 한국에서라면 30만원 넘었을 듯.
예쁜 구두랑 티셔츠들이 있었지만 뭔가 쇼핑의 기분이 확 나질 않아서 적당히 둘러보다 나왔다. 뭘 지르기보단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돈을 더 쓰고 싶었다
Rock Bottom Brewery Chicago
뭔가 밖에서 봤을때 시끌벅적하고 즐거워 보여서 들어간 곳
마찬가지로 바 쪽에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
내가 주문한 저녁 식사. 텍사스 스타일 스테키와 샐러드. 사이드 메뉴는 이 외에도 감자나 다른 야채도 선택 가능했지만, 분명 부담스러운 것을 곁들이면 다 못 먹고 남길 것 같아서 아삭아삭한 것 위주로 주문했다. 고기가 미디움 레어 치고는 좀 질겼지만 향이 좋았다. 생각해보니 난 해산물 쪽은 정말 비위가 약해서 거의 다 못 먹는데, 특이한 외국 소스 향엔 또 강하다. 보라카이 갔을 적에 발할라에서 이상한 향의 스테이크도 엄청 잘 먹었던 것 하며...
여기에 맥주 두 잔 해서 총 39불. 팁 포함 45불 줬다
술을 먹어서 그런가 기분이 너무 좋잖아. 한적한 거리. 정말 이 날 저녁엔 혼자 여기에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특별한 관광을 하지 않았는데도 여행 기분에 제일 많이 취한 밤이 아닌가 싶다